성추행 논란, 위장결혼, 사업실패, 막대한 빚, 추한 얼굴, 약물로 망가진 육체..

언론은 마이클 잭슨을 얘기할 때 늘 이런 것들만 떠들어 댔으며,
그가 남긴 음악의 업적을 말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이제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에 와서도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다.
여전이 마이클 잭슨을 괴물로 만드는 데만 관심이 있을 뿐.

왜 한 세상을 '지배'했던 뮤지션을 기리는데, 음악은 그다지 언급하지 않는걸까?
너무 잘 알려져서? 과연 그런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마이클 잭슨의 곡들을 골라봤다.
(참고로, 실제 대중들에게 알려진 기준과는 조금 다르다)

1. In the closet (from 'dangerous') 


마이클 잭슨의 노래, 아니 내가 들어본 곡 중 가장 끈적하면서, 섹시하고, 감각적인 댄스넘버. 
1992년에 발매된 곡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사운드. 나레이션. 숨소리.
원래 마돈나와 같이 레코딩할 계획이 있었다고 하던데, 성사되었다면 아마 훨씬 좋은 상업적 성과가 나왔을 듯.
물론 마돈나 없이도 충분히 좋은 반응을 보였지만...
나오미 캠밸(마돈나 대타?)과 촬영한 야릇한 분위기의 뮤직비디오도 곡과 기가 막히게 어울렸다. 
그 답지 않게 지저분한 티셔츠를 입은 수수한 차림에, 다소 루즈하게 추는 춤(물론, 상대적으로)
카리스마를 강조하는 그 답지 않게 자주 웃는 모습이 좋다.
그의 옆에서 전성기의 몸매를 뽐내며 바닥을 뒹구는 나오니 캠벨은 또 어떻고.
   

2. Man in the mirror (from 'bad') 


'Bad'앨범에서 터져나온, 그의 대표적인 히트곡 중 하나. 
비장함이 흐르는 멜로디와, 그에 대비되는 힘찬 비트. 이 속으로 스며드는 두터운 가스펠 화음.
재킷사진에 보이는 그의 표정처럼 진지하고, 강인한 의지를 품고 있는 곡이다.
후렴구만 봐도,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던, 당시 전성기가 한창이던 그의 다짐이 느껴진다. 
얼마전 세상을 떠나기 직전, 거울에 비친 쇠약한 자신을 보면서도 이렇게 다짐할수 있었을까.
I'm starting with the man in the mirror.
I'm asking him to change his ways.
And no message could have been any clearer.
If you wanna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
Take a look at yourself and then make a change.


3. Blood on the dance floor (from 'blood on the dance floor : history in the mix') 


이 곡이 수록된 동명 타이틀 앨범은 정규앨범(History promo용)도 아니거니와, 신곡의 수도 많지 않았고
제대로 된 프로모션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에.. 상대적으로 인정을 못받는 축에 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본 앨범의 모태가 되는 'History' 앨범에 수록된 신곡들보다 이 앨범의 곡들을 훨씬 좋아한다.
'History'앨범의 곡들에서는 무언가 강렬함과 분노의 느낌을 전달해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진다면,
이 곡에서는 MJ 전성기 시절의 여유로운 그루브와 경쾌함, 약간의 유머까지 느껴져서 좋다.
특히 이 곡의 인트로를 정말 사랑한다. 듣기만 해도 저절로 몸이 들썩이지 않는가.
개인적으로는 , History 앨범의 몇몇 곡들(2 bad, come together, d.s 등) 대신에
이 앨범의 blood, ghost, morphine 등의 곡을 넣었더라면 더 히트를 쳤을 거라는 아쉬움이 늘 있다.


4. On the line (from 'ultimate collection') 


97년쯤인가, 한정판 싱글의 비사이드곡의 수록되었다고 하는데,
왜 이런 멋진 곡을 왜 정규앨범이 싣지 않았는지 당최 그의 속마음을 이해할 길이 없음.
지금은 ultimate collection이라는 베스트 & 비사이드 모음집에서만 접할 수 있다.
정식 발매된 곡이 아니다보니, MJ 다운 완벽한 사운드로 마무리되지는 못했으나,
오히려 그게 이 곡만이 가진 거친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man in the mirror에서 풍겼던 가스펠의 기운, 그리고 그의 후반기에 이르러 보기 어려웠던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를 만끽할 수 있다.


5. 2000 watt (from 'Invincible') 


그의 마지막 정규앨범이 되어버린 Invincible 앨범.
비록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음악적으로는 녹슬지 않는 역량을 과시했다.
다만 9년의 공백을 뛰어넘을 만한 임팩트를 선사하지는 못했기에 범작으로 남고 말았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와서 이 앨범을 들어보면 8년전에 발매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세련됨이 느껴진다. 당시의 내 귀가 그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했던건 아닐까? (당시 그의 나이는 42세였다;)
본 앨범에서는 과거 전성기를 복원하는 듯한 Rock my world라는 곡을 첫 싱글로 택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의외로 남성적인 그의 저음을 드물게 접할 수 있는 2000 watt라는 곡을 가장 좋아한다.
3D, high speed, feedback, Dolby&reg.


6. black or white (from 'dangerous') 


이런 말하면 왠지 쑥스러운데, 내게 마이클 잭슨 앨범을 처음으로 구매하게 해준 곡이다.
당시 건즈 앤 로지즈의 광팬이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 곡에서 슬래쉬가 기타연주로 참여)
메탈 밖에 몰랐던 당시의 난 충격에 빠졌다. 하나의 곡 안에서 댄스와 록이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다니.
뮤직비디오에서 사람의 얼굴이 그렇게 바뀔수도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몰핑 기법)
슬래쉬가 능글능글하게 연주했던 기타 인트로는 계속 귀에서 떠나줄을 몰랐다.
노래 시작할 때 나오는, 아빠 말도 안듣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꼬맹이 녀석은 맘에 안들었지만 말이다.
이 노래를 듣고 곧바로 dangerous 앨범의 신봉자가 되었고,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음악을 듣고 다녔다.


7. The girl is mine (from 'thriller') 


내가 dangerous 시절부터 MJ를 제대로 알게 탓인지, 그 이전 앨범은 이상하게 손이 안가는 편인데
그래도 the girl is mine 같은 곡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어렸을 적, 마이클 잭슨이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도 모를 때부터 이미 좋아했던 노래다.
요즘에는 왜 이렇게 듣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팝음악을 보기 어려운 걸까. 음.
2008년에 thriller 발매 25주년 기념으로 리믹스되기도 했는데, 듣고나서 솔직히 이건 정말 아니다 싶었다.
말년에 돈이 궁했던 MJ는 온갖 종류의 베스트 앨범, 이벤트성 앨범을 남발할 수 밖에 없었는데
찬란했던 그의 전성기를 생각해 보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8. Scream (from 'History') 


History 앨범의 2번째 CD는 아마도 MJ의 앨범을 통틀어 가장 대중적이지 않은 앨범일 거다.
감미로운 분위기의 절정을 이루는 듯한 you are not alone이라는 곡도 있지만,
대부분의 노래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미디어에 대한 분노, 냉소, 불만, 자기방어와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감정이 가장 폭발적인 형태로 분출되어 있는 곡이 바로 scream인데,
재미있는 점은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떨어지는 이 곡이 앨범의 첫 싱글로 커트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러한 점을 상쇄하기 위해 친동생인 자넷을 듀엣으로 끌어들이긴 했지만)
당시 최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동생의 적극적인 참여에도 불구하고, 워낙 곡의 분위기가 공격적인 탓에 
엄청한 히트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작정하고 덤벼드는 듯한 금속성의 사운드와,
건조한 흑백화면을 통해 남매의 공격적인 표정을 잘 살린 뮤직비디오는 굉장히 멋진 조화를 이룬다.
묘하게도,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MJ는 화가 단단히 난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 왠지 행복해 보이기도 하다.
한창 실력을 만개하던 동생이 옆자리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머지 2곡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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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 cynic1 트랙백 0 : 댓글 0